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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86] [소방방재신문 엔지니어 칼럼, 임정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인명보호용인가? 살상용인가?

  • 권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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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방기술사회 13개 기술위원회에서는 매월 2회 소방방재신문에 기술칼럼을 순차적으로 기고 예정입니다.

               

[엔지니어 칼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인명보호용인가? 살상용인가?

    

▲ 임정삼 한국소방기술사회  
  위험물기술위원장

지난달 2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의 한 건물에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인명사고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인명사고는 모두 11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다쳤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질식ㆍ냉각효과로 화재를 진압한다. 산소농도를 15% 이하로 낮춰 질식소화하거나 약제 방사 시 줄톰슨 효과로 주변 온도를 낮춰 냉각소화하는 원리다.


전기적으로 부도체인 이산화탄소는 침투성이 좋아 전기나 기계, 유류 화재 등에 소화효과가 우수하다. 대부분 산업시설의 전기실이나 발전기실, 위험물 취급시설 등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무색ㆍ무취의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는 누출 시 사람이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질식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따라서 사람이 상주하는 방재실이나 전산실 등에는 비교적 인체 위험이 낮은 할로겐화합물이나 불활성기체 소화설비를 적용한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누출사고의 원인은 설비 오동작, 작업자 부주의, 안전수칙 위반 등 다양하다. 평소 현장 안전관리와 교육 등을 통해 예방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위험물안전관리법’과 ‘국가화재안전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위험물과 관련된 시설을 위험물제조소와 저장소, 취급소 등으로 구분해 방호구역의 체적이 1천㎥ 이상일 경우에만 적용토록 하고 있다. ‘국가화재안전기준’에선 일반건축물에서의 설치대상과 설치제외대상을 규정한다.


다른 나라의 소방법을 살펴봤다. 일본의 경우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설치 규정은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미국방화협회(NFPA)는 방호구역 체적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할로겐화합물, 불활성기체 등을 설치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제조소등의 기준 특례를 적용, 안전성평가 심사를 통해 이산화탄소 대신 할로겐화합물ㆍ불활성기체 소화설비를 적용할 순 있다.


그런데 안전성평가를 위한 자료 준비, 심사 절차 등이 매우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소요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산화탄소 누출로 의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국내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규정하는 1천㎥에 대한 체적기준이 공학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하고 미국방화협회기준처럼 할로겐화합물ㆍ불활성기체 소화설비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 개정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화재로부터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다. 하지만 누출로 인해 계속해서 인명사고가 발생한다면 과연 인명보호용 설빈지, 살상용 설빈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거다.

임정삼 한국소방기술사회 위험물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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